진료 과목
다한증으로 오시는 분들 말씀이 거의 똑같으세요. "저는 원래 땀이 많은 체질이에요." 그리고 한마디 더 하십니다. "남들은 괜찮다는데 저만 더워요."
서류를 건네기 전에 손이 먼저 젖습니다. 회의에서 이름이 불리면 얼굴과 머리에서 땀이 흐릅니다. 앉았다 일어났는데 바지 엉덩이가 젖어 있어서 가방을 뒤로 돌려 메고 나옵니다.
우리 몸에는 땀을 내게 만드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다한증이 있는 분들은 이 스위치가 덥지도 않은데 켜집니다. 검색해 보면 다 나오듯 땀샘은 정상이고요. 스위치를 누르는 자율신경, 몸이 알아서 켜고 끄는 신경이 예민한 겁니다.
그러니까 손이, 얼굴이, 사타구니가 고장 난 게 아닙니다. 그 자리는 경보가 울리는 자리일 뿐이고, 경보기가 예민해진 겁니다.
집에 화재경보기가 있다고 해 보죠. 불이 나면 울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 경보기가 고장 나면 라면 끓이는 김에도 울립니다. 악수 한 번, 서류 한 장이 불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몸은 큰일 난 것처럼 땀 스위치를 켜 버립니다.
지금까지 받으신 치료는 경보 소리를 줄이는 치료입니다. 땀 억제제는 땀구멍을 막고, 이온영동은 전기로 땀구멍을 막고, 보톡스는 땀 내라는 신호를 끊습니다. 하는 동안은 마릅니다. 그런데 경보기는 그대로라 약효가 끝나면 다시 젖습니다.
경보기를 예민하게 만든 건 몸의 긴장입니다. 손 땀으로 오시는 분들은 겁이 많고 걱정이 앞선다고 하십니다. 사타구니 땀으로 오시는 분들께 여쭤보면 소변이 잦거나 설사가 잦은 분이 많습니다. 잠이 얕고, 소화가 안 되고, 어깨가 굳고, 손발이 찬 몸. 이 긴장이 쌓이면 경보기가 남들보다 낮은 온도에서, 작은 긴장에서 울립니다. 남들은 괜찮은데 나만 더운 이유가 이겁니다.
땀이 날까 봐 걱정하는 순간 이미 스위치가 켜집니다.
그래서 "긴장하지 말자"로는 안 됩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경보기가 먼저 울리니까 긴장하는 겁니다. 순서가 반대예요.
다한증은 대부분 이야기만 들어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아래 셋은 먼저 갈라야 합니다.
자는 동안에도 흠뻑 젖거나, 살이 빠지거나, 열이 나면 한의원보다 내과 피검사가 먼저입니다. 이 순서만 지켜도 헛걸음이 줍니다.
땀 억제제와 보톡스가 나빠서 안 듣는 게 아닙니다. 면접 하루, 결혼식 한 번이라면 그게 가장 빠른 길입니다. 다만 역할이 거기까지입니다. 땀구멍을 막는 약이지, 스위치를 내리는 약은 아니거든요.
교감신경절제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보기 선을 끊는 수술이라 손은 마릅니다. 다만 끊은 선은 되돌릴 수 없고, 손 대신 등과 배에서 땀이 쏟아지는 분이 있습니다. 보상성 다한증이라고 부릅니다. 저라면 되돌릴 수 없는 방법은 맨 마지막에 두겠습니다.
저는 땀을 막지 않습니다. 땀 스위치를 자꾸 켜는 몸의 긴장을 풉니다. 그래서 첫 진료에 1시간을 씁니다. 땀이 어디서 나는지보다 언제 켜지는지, 잠은 어떤지, 대소변은 어떤지를 더 오래 묻습니다. 손 땀과 사타구니 땀은 같은 다한증이라도 몸이 다르고, 약도 달라야 하거든요.
목표는 땀이 한 방울도 안 나는 몸이 아닙니다. 악수를 먼저 청하고, 밝은 색 바지를 고르는 하루까지가 목표입니다. 보통 6~8개월을 잡고, 기간과 비용은 첫 진료 때 말씀드립니다. 칼럼과 영상을 먼저 보시고 오셔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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