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계 질환
이 페이지로 오시는 분들은 두 갈래입니다. 첫말부터 다르거든요.
한 갈래는 만성방광염. "항생제 먹으면 사흘이면 가라앉는데, 한 달도 못 가서 또 그래요." 소변 검사를 하면 균이 또 나옵니다. 일 년에 서너 번씩 반복되다 보니 이제 항생제 이름을 외우고 계십니다.
다른 갈래는 간질성방광염. "소변이 차면 아랫배가 아프고, 비우면 잠깐만 편해요." 검사를 하면 균도 없고 염증도 없다고 합니다. "예민하신 편이네요"라는 말만 듣고 돌아오셨을 겁니다.
두 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방광이라는 그릇은 검사에서 멀쩡한데 아프다는 겁니다. 그릇이 아니라 경보기가 울리고 있는 겁니다.
화재경보기는 불이 났을 때만 울려야 합니다. 방광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방광에도 균은 들어옵니다. 다만 소리 없이 씻어 내보내고 끝이죠. 경보기가 예민해진 방광은 다릅니다. 작은 균 몇 마리에도 불이 난 것처럼 크게 울립니다. 그 경보기가 자율신경입니다. 몸이 알아서 켜고 끄는 신경이고요.
소변에 균이 있으면 항생제가 맞습니다. 한약은 균을 죽이지 못합니다. 다만 끊으면 되돌아오는 분은 얘기가 다릅니다. 균이 유난히 센 게 아닙니다. 방광이 균을 견디지 못하는 몸이 된 겁니다. 경보기가 예민해져 있으니 다음 균이 조금만 들어와도 또 크게 울리는 거고요.
균이 없는데 아픈 분은 소변이 차는 것만으로 경보가 울리는 경우입니다. 진통제, 방광 안에 넣는 약, 아픈 자리를 지지는 시술은 경보 소리를 줄여 줍니다. 그런데 경보기는 그대로라 몇 달 뒤 같은 자리에서 다시 울립니다.
경보기를 예민하게 만든 건 몸의 긴장입니다. 무리한 다음 날, 잠을 설친 날, 배탈 난 날 어김없이 도지는 이유가 이겁니다. 잠이 얕고, 소화가 안 되고, 어깨가 굳고, 손발이 찬 몸이 경보기를 계속 건드리고 있거든요.
항생제가 안 듣는 게 아닙니다. 항생제가 할 수 있는 일 바깥의 문제가 남은 겁니다.
남들과 똑같이 씻고 똑같이 참는데 나만 되돌아온다면, 경보기를 봐야 합니다.
이 증상을 내는 병은 방광염 하나가 아닙니다. 비뇨기과 검사를 먼저 받으셔야 합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병도 있습니다.
앓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안 됐다면 비뇨기과 치료가 먼저입니다. 제대로 드시고도 되돌아올 때가 제가 볼 차례입니다.
항생제가 나빠서 되돌아오는 게 아닙니다. 급성기에는 그 약이 가장 빠릅니다. 다만 끊으면 한 달 안에 되돌아오는 분, 균이 없는데 아픈 분에게는 역할이 거기까지입니다. 더 센 항생제를 찾는 건 순서가 아닙니다.
저는 균을 쫓지 않습니다. 경보기를 예민하게 만든 몸의 긴장을 겨냥합니다. 첫 진료에 1시간을 쓰는 이유가 그겁니다. 언제부터 도졌는지, 무리하면 심해지는지, 잠은, 소화는, 손발은. 그분의 경보기를 누르는 자리가 그 안에 있거든요.
목표는 항생제 이름을 잊는 날, 소변이 차도 아랫배가 조용한 날입니다. 보통 6~8개월을 잡고, 시술을 여러 번 받으셨거나 병이 오래된 분은 더 걸립니다. 기간과 비용은 첫 진료 때 말씀드립니다. 한약으로 어려운 몸이면 그렇게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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