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계 질환
이 병으로 오시는 분들은 검사 결과지를 먼저 꺼내십니다. 소변검사 정상, 배양검사 균 없음, 내시경 깨끗함, CT 이상 없음.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세요. "그런데 소변 볼 때마다 요도가 칼로 긋는 것처럼 아파요." "소변이 차오르면 아랫배가 조여서 몸을 못 펴요."
병명도 여러 개 받아 오십니다. 방광염이라고 했다가, 요도염이라고 했다가, 마지막에 "통증증후군 같습니다"라는 말을 듣습니다. 증후군이라는 말은 원인이 되는 병을 못 찾았다는 뜻이거든요. 그 뒤로 이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이 "제가 예민한 건가요"입니다.
아닙니다. 검사는 방광이라는 그릇을 봅니다. 그릇은 멀쩡합니다. 아픈 건 그릇이 아니라 경보기입니다. 소변이 찰 때마다 몸이 "다쳤다"고 울리는 거고요. 그 경보는 사진에 안 찍힙니다. 그렇다고 가짜 통증은 아닙니다.
화재경보기가 예민해지면 불 없이도 울립니다. 이분들 경보기는 통증 쪽으로 예민해졌습니다. 소변이 반쯤 찼을 뿐인데 "찢어진다"고 울리고, 소변이 요도를 지나가는 것만으로 "데었다"고 울립니다. 이 경보기, 자율신경은 내 뜻대로 끄지 못합니다. 그래서 항생제로 균을 없애도, 진통제로 소리를 눌러도 약이 빠지면 다시 울리는 겁니다.
경보기를 이렇게 만든 건 몸의 긴장입니다. 이 병으로 오시는 분들은 거의 다 잠이 얕습니다. 밤에 두세 번 깨고, 신경 쓰면 소화가 안 되고, 어깨가 돌처럼 굳어 있고, 여름에도 발이 찹니다. 그 몸이 1년, 2년 이어지면 경보기가 조금씩 내려앉습니다. 그러다 방광염을 한 번 세게 앓고 나면, 균은 사라져도 경보기는 그 자리에 남습니다.
"이상 없음"은 "아프지 않다"가 아닙니다.
검사는 그릇을 봤고, 아픈 건 경보기입니다.
통증은 진짜입니다.
아픈 게 진짜라고 해서 검사가 소용없는 건 아닙니다. 이 통증을 내는 다른 병을 먼저 걸러야 합니다.
항생제, 진통제, 방광 점막을 덧대는 약이 틀린 게 아닙니다. 균이 있을 때, 당장 통증이 심해 하루도 못 견딜 때는 그 약이 가장 빠릅니다. 다만 그 약들은 경보 소리를 줄이는 약입니다. 경보기는 그대로여서, 약이 빠지면 다시 울리고요.
저는 방광에 뭘 넣거나 통증을 덮는 약을 쓰지 않습니다. 경보기를 예민하게 만든 몸의 긴장을 푸는 한약을 씁니다. 첫 진료에 1시간을 쓰는 이유가 이겁니다. 통증이 언제 시작됐는지, 그 무렵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잠은 몇 번 깨는지, 대변은 어떤지. 방광 얘기는 그중 10분이고, 나머지 50분이 몸 얘기입니다.
목표는 소변이 차오르는 걸 느껴도 아프지 않고, 화장실이 무섭지 않은 하루입니다. 보통 6~8개월을 잡습니다. 기간과 비용은 첫 진료 때 말씀드리고, 한약으로 어려운 몸이면 그렇게 말씀드리고 검사부터 권합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배양검사와 내시경으로 균과 상처를 먼저 걸러 주세요. 거기서 나오면 비뇨기과 치료가 맞습니다. 다 정상인데 3개월 넘게 아프다면, 칼럼과 영상을 먼저 보시고 오셔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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